다양한 직업의 세계 - 4편

이키가이(生きがい, IKIGAI)를 아시나요? 삶을 뜻하는 이키(生き)와 가치를 나타내는 가이(がい)를 합성한 일본어로 ‘삶의 보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보통 서양에서는 아래와 비슷한 벤 다이어그램으로 더욱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마크 윈이라는 사람이 이키가이 이야기를 듣고 기존의 존재 목적(purpose) 개념과 합성해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커리어를 정할 때의 틀로도 많이 이용되죠.

그런데 원래 ‘이키가이’의 이키(生き)는 일생일대의 의미라는 ‘인생'보다는 ‘일상의 삶’의 의미에 더 가깝다고 합니다. 반드시 직업과 연결되는 개념도 아니고요. 오히려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그것을 누리며 사는 삶의 철학인 것이죠.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곳에서 새롭게 직업을 갖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용기를 내기조차 어렵고, 겨우 용기를 내서 지원했는데 연거푸 낙방 소식을 듣거나 일절 연락도 없으면 좌절할 법도 하죠. 그렇게 어렵게 잡은 직장에서 레이오프를 당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커리어를 찾고 키워나가는 것이 반드시 일생일대의 목표를 찾는 비장한 일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요? 직업은 물론 중요하지만,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한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을 찾으면 됩니다. 벽인 줄 알았던 곳이 문일 수도 있고요. 내 일상에 촘촘히 박혀 있는 작은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나만의 새로운 문을 열어가시기를 빕니다. 이번 ‘다양한 직업의 세계' 기획이 그렇게 새로운 문들을 찾아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유연실

1인 콘텐츠 기업가

https://www.linkedin.com/in/yeonsilyoo/

1.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1인 기업가로서 두 가지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어요.

하나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업플라이 라는 서비스고, 다른 하나는 영미권을 대상으로 책을 출판하는 Upfly Books 예요.

2. 지금의 커리어를 선택하게 된 경로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혹시 중간에 경로를 변경했다면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저는 2014년에 싱가포르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남편과 함께 이주를 했는데, 그 때 피부양자 비자로 가게 돼서 법적으로 미국에 있는 회사에서 일을 못했어요.

미국에 얼마나 살지 모르는 시점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바로 가정주부가 되기가 너무 무서웠어요. 한번 그렇게 쉬면 영영 다시 일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사업을 시작했어요.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 특성상 모두가 Tech 스타트업에 대해 말했기 때문에 저도 웹 앱을 만들기 시작했죠. 그런데 저는 테크니컬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 시제품을 만들지 못해서 동유럽에 있는 에이전시 고용했는데, 처음 세웠던 예산/시간에 점점 연장되다 보니 약 5~6개월 동안 몇천만 원을 쓴 후에 프로덕트를 런칭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어요. 제 서비스를 사는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는 거예요. 한참 후에 알았어요, 이건 당연한 거라는 걸요. 고객 니즈에 맞는 제품/서비스를 만들려면 다양한 실험을 해보면서 완성해나가야 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혼자 제품을 계속 업그레이할 능력이 안됐기 때문에 제 돈을 태우든지, 아니면 투자를 받아 남의 돈을 태워야 했죠. 그런데 마음 속으로 이미 알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데 너무 큰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을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제가 실제로 만들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당시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제 예전 HR 경력을 사용해, 한국인으로서 해외로 이직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블로그에 써서 공유하면서 1:1 컨설팅 서비스부터 팔기 시작했어요. 그게 업플라이의 시작이에요.

업플라이 북스는 업플라이를 5-6년 정도 하고 난 시점에서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 저는 30대 후반에서 어떤 50대, 60대를 보내고 싶은지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50대에는 매년 새로운 강의 만들고, 유튜브 찍고, 소셜 미디어 마케팅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 꿈은 일 년에 반 이상은 동남아나 남유럽 해안가에서 하루 종일 태닝하고, 책 읽고, 쓰고 이런 거거든요.

그래서 수동적인 자산을 만들기 위해 40대에는 책 출판 사업에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이렇게 마음먹고 난 다음에는 각종 출판 관련 책과 온라인 강의 보면서 한 달 정도 워밍업하고, 5개월에 걸쳐 준비해 올해 (2023년) 1월 첫 책인 My First Trip to Korea를 출판했어요. 

그리고 곧바로 번역본, 두 번째 책 시리즈를 냈고 필명으로 활동북도 내서, 올 한 해 13권을 발간하게 됐으니, 이제 진짜 출판사라고 부를 수 있게 됐죠.

3. 보통의 하루 일과를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저의 대부분의 하루는 새 상품 기획/개발(30-40%) 마케팅 콘텐츠 제작/공유(30-40%) 나머지는 공부하고 리서치하는 데 써요.

비록 책상에 앉아 일하는 시간은 5~6시간 남짓 되지만,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 생각하는 데 쓰는거 같아요. 

회사 다닐 때는 제가 일 좀 못한다고 회사가 망하거나 월급이 확 줄거나 이러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내 회사는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까 자발적으로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 생각하는 데 쓰게 되더라고요.

4. 이 직업을 갖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고자 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직장인일 때는 자격증이나 학벌, 이전 경력을 보여주면서 나를 믿어달라고 할 수 있지만, 야생(?)에서는 실제 고객들에게 가치를 줌으로써 증명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어떤 제품(책이든 강의든)이나 서비스를 팔기 훨씬 전부터 현재 나와있는 좋은 제품과 콘텐츠를 많이 흡수하고, 제가 색다르게 잠재 고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부터 시작해요.

만약 어떤 분야에서 콘텐츠 상품/서비스를 만들어 팔고 싶다면 그 분야에 있는 다양한 경쟁 상품/서비스를 둘러 보고, 직접 소비도 해보고, 내가 색다르게 더할 수 있는 부분을 더해 온라인 상에서 공유해 보세요.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면 어느새 사람들이 꽤 모일 거예요. 그러면 그 때부터 소규모 워크샵을 열어 본다든지, 전자책을 써본다든지 하면서 사업 아이디어를 테스트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5. 콘텐츠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고, 그것을 이기신 노하우는 무엇이었을까요?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저는 회사 다닐 때는 제가 제공한 서비스 때문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돈 받았으니까 최소 그 돈 값 이상은 해주는게 당연한 거잖아요. 

하지만 제가 누군가의 일과 삶에 영향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서부터는, 진심을 다해 감사하다는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받게 되었어요. 이런 메세지를 받으면 내가 누군가의 삶에 작게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죠.

또 재밌는 건, 이타적인 것이 결국 제게 이득이 된다는 거예요. 제가 남을 위해 나눈 모든 것들은, 이제 제가 줄 수 있는 가치를 증명해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라요.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대부분의 시간은 고민하고, 마켓을 분석하고, 공부하고, 내 능력의 한계에 좌절하는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불안감,  의구심과 얼마나 잘 싸울 수 있느냐가 지속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 같아요.

6. 그밖에 남기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저는 직장인으로 은퇴까지 가든, 중간에 나와서 사업을 하든, 프리랜서가 되든, 결국 내가 서비스를 제공할 사람들에게 먼저 가치를 주고, 신뢰를 얻고, 기회를 창출하는 건 가장 중요한 스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를 잘 닦아가기 좋은 방법중 하나는, 콘텐츠 제공자의 입장에서 먼저 무언가를 주는 연습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를 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큰 돈, 시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시작하실 수 있으니, 너무 겁 먹지 마시고 작은 한 발자국 내 딛어 보시기 바랄게요! 화이팅!!


이소영

Accounting Coordinator

1.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한국계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회사에서 accounting coordinator로 일하고 있어요.

2. 지금의 커리어를 선택하게 된 경로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혹시, 중간에 경로를 변경했다면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미국 오기 전에는 SI 회사에서 R&D 관련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업무를 했었습니다. 영어에 어려움이 많아서 미국에서 다시 일할 엄두도 내지 않고 지내다가 심플스텝스를 소개받아서 심스 초기에 발런티어를 시작했어요. 심플스텝스에서 연결해 주신 한국 회사에 운 좋게 office administrator 업무를 구해서 2018년 후반기에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준비를 위해서 처음 회계 용어를 접했던 무지렁이였어요. 

3. 보통의 하루 일과를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처음 직장을 구했던 회사에서는 법인 규모는 작지만 회계업무(월 청산, 분기 연결재무제표, 외부 회계감사, Payroll, Tax …)가 대부분인 덕분에 회계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스킬업을 위해서 이직을 했지만 업무적으로는 후퇴하고 재미없어(?)졌어요.

이번 회사에서는 프로젝트/운영 예산을 계획/관리/운영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예산 사용에 있어서 문제가 있거나 예상되는 부분을 담당자에게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처리합니다.(이 부분은 Office Admin이나 Executive Assistant 업무와 많이 겹쳐요.). 운영팀 업무를 도와서 사무실 관리, 이벤트 지원 같은 일들도 처리하고요. 전반적으로 업무 강도가 높지 않고 업무 시간이 일정해서 안정적인 일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4. 이 직업을 갖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고자 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저는 아무 준비 없이 일을 다시 시작한 경우라서 사전에 준비한 건 없었고요, Accounting이나 Admin 업무를 하시려는 분들은 office tool(Google Docs, MS office) 사용에 불편이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규모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Quickbooks도 공부하시거나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을 하다 보니 회계 업무를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어카운팅 기본과정을 2쿼터 수강했어요. 회사에서 모르고 했던 일들이 회고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5. 그밖에 남기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직업적 혜택, 만족도, 추천 여부, 격려의 말씀 등등) 

Admin이나 accounting 업무는 담당자가 퇴사 면 보통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에 업무 진행이 안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처리 안 된 폭탄(?)들이 많이 쌓여있어요. 제가 경험한 두 번 모두 입사 초기가 제일 일이 많았어요. 당황하지 마시고 하나하나 쉬운 것부터 풀어나가시기를 바랍니다.


1.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극장 무대 디자인관련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커리어 빌드업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 직업이 3개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아요. 첫번째 직업은 무대 디자인하고 계신 교수님 어시를 하고 있고요. 두번째는 오페라 산호세 극장에서 운영중인 무대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고, 마지막으로는 로컬 유니언에 가입해서 콘서트나 뮤지컬, 연극 관련한 극장 세트를 만드는데 일하고 있습니다.


2. 지금의 커리어를 선택하게 된 경로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혹시, 중간에 경로를 변경했다면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저는 한국에서 낸드플레시 엔지니어를 하다가 일을 그만 두고 미국에 오게 되었어요. 

제가 한국에서 상담실에서 잠깐 인턴을 했었는데 조금 더 심리학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와서는 Foothill College에서 ESL 부터 시작했고 그 과정이 끝난 후 심리학 2년제 학위 취득을 하고 San Jose State University 3학년으로 편입했습니다. 편입 후 심리학을 계속 해야 할지 조금 고민이 되더라고요. 일단 심리학은 석-박사를 가야한다는 생각이 만연해서 어느 쪽으로 연구를 할지 고민을 조금 해봐야했었고, 간다면 어디를 갈지 준비하고 졸업을 해야겠어서 이것 저것 알아보는 시간을 좀 가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연구쪽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인지행동치료 쪽으로 가야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3학년을 보내던 와중에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앞으로의 진로를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던 와중에 (예전부터 디자인이나 미술을 전공하라고 강력하게 밀던) 남편의 추천으로 미술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없고, 과제도 집에서 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되고, 시간 맞춰 줌 링크에 참여하면 되는 것이라 한결 편하게 수강신청을 했던 것 같아요. 미술 수업을 들으면서 재미도 느끼고 교수님의 칭찬을 들으며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러면 미술을 좀 더 할 수 있는 과가 있을까 검색을 하던 도중 무대 디자인과가 있다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대학에 무대디자인 하는 교수님이 한분 계시는데 바로 상담 신청을 하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이중전공 신청을 했지만 이미 이수 학점이 너무 많다고 학교에서 허락을 해주지 않았어요. 학교에서는 전공 수업을 다 들었으니 그 해 졸업을 해야 한다고 정리해버리더라구요. 교수님께서 마이너라도 신청 할꺼냐고 물어봐주셨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전공 신청을 했고, 학교에서 1년 내에 부전공 수업을 다 듣고 나가는 조건으로 허락을 해줘서 마지막에는 심리학 전공 무대예술 부전공으로 졸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일에 남편의 도움과 조언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미국에 오자마자 아이를 갖고 낳아 기르다가 2년 후 둘째를 낳고 기르면서 그 사이 ESL, 2년제 학위, 4년제 학위, 그리고 부전공까지 혼자 힘으로는 힘든 여정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졸업 전 마지막 1년은 학기마다 19 학점에 실습에 교수님 어시까지 잠자는 시간도 쪼개서 공부와 실습을 했던 시간이었는데 집에 늦게 들어올때마다 (묵묵히는 아니었지만) 아이들 케어를 해줬던 남편의 도움이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졸업할 때 졸업장은 반으로 나누자고 했는데 소중하게 액자에 보관 중인건 안 비밀입니다.


3. 보통의 하루 일과를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제 일이 규칙적이지 않고 보통 스케줄이 잡혀야 일을 나가게 됩니다. 로컬 유니언 일은 전날이나 전전날 어디에 무슨 일을 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아요. 보통 극장은 아침에 나가서 셋업 다 할때까지 일을 하지만 콘서트는 그때그때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요.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셋업할 때는 하루나 이틀 정도 나갑니다. 그리고 극이나 콘서트 스케줄이 끝나면 다시 그 무대를 해체해서 트럭에 옮겨 싣는 일을 합니다. 보통 밤 10시 넘어서 시작해서 아침 5시에 끝난 적도 있고 밤에 하는 일이라 조금 힘들기는 해요. 

오페라 산호세 무대 페인트하는 일은 담당 페인터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와서 일을 도와달라고 하면 가서 일을 하는 형식이에요. 작년에 졸업을 한 초보라 일을 배우는 쪽으로 저를 뽑은 거라 정말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을 배우고 싸간 도시락을 먹고 오후 일을 하다 퇴근하기도 하고 오전만 가서 할 때도 있고 일의 양에 따라 그때그때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무대 디자인 어시하는 일은 교수님의 학교 외부 일의 어시인데 무보수에 교수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일이라 제일 힘들고 눈치를 좀 많이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무대 디자인을 할때 페인트, 소품, 세트, 이 세 가지를 모두 신경써야 해서 일의 강도가 높고 양이 많거든요. 처음에 스크립트를 읽고 분석한 다음에 디자인을 하는데 디자인을 할 때 어떤 무대를 만들지 리서치부터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디자인 미팅이나 업데이트되고 있는 사항들 신경 써야 하고 (물론 교수님 방향대로 진행이 되지만) 교수님께 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합니다. 디자인이 확정되면 무대 디자인 모델을 만들어야 해서 무대 전체 박스와 그 안에 미니 피규어같은 세트를 스케일에 맞춰서 똑같이 만듭니다. 물론 색칠도 해야하고 사람도 스케일에 맞춰서 넣어서 꾸며야 해요. 종이를 하나하나 잘라서 붙여서 색칠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디테일까지 신경을 써야 해서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리허설에 참석합니다. 매번 참석해서 안된 것이나 잘못된 것 체크해서 리포트하고 그 다음날 또 가서 (일주일 정도) 업데이트 사항을 체크합니다. 마지막 날은 오프닝입니다. 오프닝 이후에는 디자이너는 더이상 할게 없어요. 그 전에 밤늦게까지 하는 테크 리허설을 참석하면 끝입니다. 


4. 이 직업을 갖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고자 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이 세 직업을 갖기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한 일은 ‘무엇이든 일단 해보는 마음가짐’ 과 ‘만들어가는 기회' 였던 것 같아요. 제가 앉아서 고민하기 보다는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 일단 저질러 보는 편입니다. 아까 학교에서 이미 너무 많은 학점을 수강했다고 한 부분에서도 아셨겠지만 코딩도 해보고 싶어서 코딩수업도 들어보고, 미술 수업은 물론이고, 임상 쪽으로 가려고 STEM 수업도 조금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나와 맞지 않는 분야를 알아냈기에 이쪽 분야로 좁혀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졸업을 1년 남기고 시작한 부전공을 하면서 학교 무대 만드는 샵에서 조교 같은 일도 했고 무대 디자인 하는 교수님과 친해지면서 교수님 학교 외부 일에 어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학교 무대 만드는 샵의 교수님의 추천으로 오페라 산호세에 들어가게 되었고 학교 연극 무대를 주관하는 극장의 추천으로 로컬 유니언에도 들어가게 되었어요. 

이 일에 관심을 갖고 계시다면 일단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무대예술 분야 수업부터 들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 공부를 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것 외에 이상으로 정말 많은 기회를 잡을 수도 또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만약에 맞지 않는다 생각에 드셔도 그건 인생에 큰 수확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요즘 기대수명이 100세가 넘는다던데 그 안에 좋아하는 일 찾아서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5. 그밖에 남기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직업적 혜택, 만족도, 추천 여부, 격려의 말씀 등등) 

아까 말씀드린 무보수에 신경 써야 하는 일 많은 교수님 어시일도 묵묵히 하다보니 올 여름, 저의 플레이빌을 보고 연락이 와서 내년에 제가 직접한 무대 디자인을 작은 극장에서 올릴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있어서, 남편이 협조적이지 않아서 보수가 얼마 안돼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도 쉽게 시도조차 할수 없는 아내/엄마 분들을 주위에서 봐 왔어요. 그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도와드리고 싶더라고요. 저의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용기 내셔서 시작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괜찮습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성심성의껏 아는 한도 내에서 정보도 알려드리고 도와드릴께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기로 해요 우리!


아무쪼록 이번 미니 인터뷰 시리즈가 심스 커뮤니티 여러분의 커리어 여정에 도움이 되기를 빕니다. 

다른 여성들의 진로 고민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저희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 주신 참여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3년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다가오는 2024년에는 무엇이라도 용기내어 시작하시길 빕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할 정도로 작은 것에서도 삶의 가치는 반짝이고 있을 테니까요.

Interviewed and edited by Jiyoon Yoo, Wonjung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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