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풀,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기

2023년 새해의 시작을 앞두고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들떠있었다. 지난 3년 동안 멈춰있던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새로운 에너지가 생겼다. 2022년의 키워드는 “갓생.” 새벽 4시에 일어나 자기개발을 하는 “미라클 모닝” 챌린지를 시작으로 “N잡러되기”, “매일 기록하는 인간 되기,” “매일 새벽 러닝 하기"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수많은 “갓생러” 챌린지를 기록하고 인증하는 콘텐츠가 범람했다. 끝이 안 보이는 재택근무의 나날들과 함께 느슨해진 일상에 갑갑함과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던 나에게 모르는 이들의 “갓생”은 큰 자극이 되었다. 매일을 기록하기 위한 두꺼운 플래너를 사고, 한동안 쉬어왔던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하프 마라톤 경기를 신청하고, 커리어 발전을 위한 온갖 온라인 수업을 등록했다. 매달 달성해야만 하는 계획들을 구체적으로 세우면서 나만의 “갓생”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일은 과유불급. 운동도, 공부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양이 아니라면 그 모든 일들은 더 이상 나를 발전시키기 보다 나를 옥죄어 온다. ‘하프 마라톤 개인 최고 기록’이라는 거창한 목표가 주는 부담감에 나는 달리는 것이 점점 괴로워졌다. 하루라도 계획대로 원하는 속도로 거리를 완주하지 못했을 땐 그날의 달리기는 ‘없었던 셈’ 치고 말았다. 취미로 다니던 사이클링 수업은 하프 마라톤을 위한 체력단련의 수단이 되어 더 이상 즐겁지가 않았다. 나를 발전시켜가는 과정을 기억하기 위해 시작한 플래너는 내가 얼마나 계획대로 행동하기 못했는지를 상기시켜주는 괴로운 기록이 되었다. 

나는 최고 기록은커녕 울며 겨자 먹기로 겨우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목표 실패도 아니고 태어나서 처음 겪는 무릎 통증의 고통도 아니었다. 5개월 동안 그저 목표 달성에 대한 집착으로 스스로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괴롭혔다는 사실이었다. 

괴로웠던 하프 마라톤 이후 운동할 의지를 잃었던 때에 마인드풀러닝 스쿨을 운영하시는 김성우 님의 심플스텝스 커피챗에 참석했다. 마인드풀러닝이란, 기록을 쫓는 경쟁을 위한 달리기가 아닌 내가 행복하기 위한 달리기이다. 거리와 속도에 강박을 버리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속도로 뛰는 시간이 축적되어야만 즐거운 달리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뛰고 싶은 만큼만 뛰는 것. 기록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달리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커피챗 이후, 요즘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운동하고 있다. 몸이 아프면 쉰다. 밤 늦게까지 일을 했다면 예전처럼 잠을 줄여서라도 강박적으로 새벽 운동을 가지 않는다. 가끔 너무 늘어질 때면 운동이 끝난 후 느낄 성취감을 생각하며 억지로 운동복을 입기도 하지만 그래도 의지가 생기지 않는 날엔 가벼운 산책으로 운동을 대체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감을 잃지 않는 것. “미소 지을 수 있는" 나만의 속도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남은 2023년도, 그리고 새로 맞이할 2024년도 “마인드풀"하게 보낼 계획이다. 

Written by a Simple Steps member

Next
Next

다양한 직업의 세계 - 4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