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공백(을 바라보는 시선) 극복기

한국을 떠난 후, stay-at-home mom으로 지내면서 다른 부모들과 얘기를 나눌 때마다 항상 피하고 싶은 질문이 있다: What do you do?

내가 하는 일은 아주 많다. 아이 셋을 학교 보내기, 아침 먹으며 저녁 메뉴 물어보는 두 아들 간식과 식사 만들기, 청소, 장보기, 학교 학부모회 일, 노약자 점심 배달 봉사 등등. 하지만 그런 대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처럼 육아를 위해서 또는 남편 일로 해외로 이주하느라 회사를 관두었다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했을 것 같다. 그리고 What do you do?라는 질문에 I USED TO be ….라고 보충 설명하기도 그리 쉽지 않음을 알 것이다. 이 점은 이력서에서도 링크드인에서도 똑같이 어려운 문제이다.

그런데 드디어 링크드인에서 2022년 3월부터 링크드인 프로필에 “경력 공백”을 표기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즉, 경력 부분에 무슨 이유로 경력 공백이 생겼는지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경력 항목에서 “career break”를 등록하고 그 이유로는 relocation을 선택한 후 상세 설명란에 남편의 이직 때문에 상하이로 이사했고 어린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서 중국어를 독학했음을 설명했다. 그리고 나중에 싱가포르로 이주해서 일을 하다가 셋째를 출산하면서 일을 그만두었는데 그때의 career break는 full-time 전업 주부이자 24시 육아를 이유로 선택하고 그 기간에 아이들 학교에서 Room Mom(반 담임을 1년 동안 여러 방면에서 돕는 부모) 및 한국인 새 가족을 위한 학교 홍보사로 일한 봉사활동 및 매년 학교에서 주최한 인터내셔널 데이 페스티벌에서 한국관을 담당하며 행사 관련 업무를 계획하고 진행한 것을 설명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링크드인의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인 Camilla Han-He는 이 새로운 기능을 통해 "사용자들이 자기 경력 공백 기간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그 삶의 경험을 어떻게 미래 직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들이 경력 공백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된다면 재취업할 때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링크드인에서 실행한 1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사용자 중 64%가 경력 공백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70%의 여성들은 경력 공백을 통해 다른 관점을 얻게 되었고 자신이 진정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럼 과연 어떤 경험들이 추후 나의 취직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심플스텝스의 커리어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신 성혜진 님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 학교 PTA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그 경력으로 취업하신 분들도 있는걸요.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president, VP, treasurer, fund raising planner, benefit concerts, auction 등등 어떤 경험을 했건 모두 내 경력으로 쌓인답니다. Anything is better than nothing.”

더구나 팬데믹 이후 코비드로 인해 현장을 떠났던 많은 사람이 다시 복직하려고 하다 보니 이력서에 경력 공백이 있는 것이 예전보다 흔한 현상이 되었고 고용주들 또한 예전만큼 경력 공백을 아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Adecco Group의 LHH Recruitment Solutions, West의 대표 Jeramy Kaiman에 의하면, "다양한 이유로 집에 머물기로 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노동 시장은 견고한 까닭에 이러한 요인들을 함께 고려하다 보니 고용주는 긴 경력 공백이 주는 '적신호'에 대해 훨씬 유연해졌다"고 한다.

물론 경력 공백에 대한 고용주들의 태도가 개선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력서상의 경력 단절 시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심플스텝스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아직 경력 공백에 대한 사회적 태도가 미흡한 점이 있는 만큼 최대한 자신의 이전 성과를 기록해 놓고,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능력과 기술을 쌓는 시간을 계속해서 마련하고, 네트워킹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특히, 인터뷰를 하게 되면 최대한 경력 공백 기간의 경험이 빛날 수 있도록 대화를 끌고 나가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듯 이력서에 경력 공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기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Columbia University Center for Career Education은 몇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준다. 첫째, 취직 기간을 month 대신 year로만 표기한다(예: 2020년 5월~2022년 2월 대신 2020년~2022년). 둘째, 이력서에 summary statement를 사용하여 경력 단절 시기가 아닌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능력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일 경험을 연대순 형식 대신 “마케팅 경력” 또는 “커뮤니케이션 경력”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본다. 넷째, 경력 공백 기간에 했던 관련 활동을 열거한다(예:봉사활동, 독자적 프로젝트, 직업훈련 프로그램 수강, 자격증 획득 등). 마지막으로, 커버레터를 활용하여 경력 공백 기간에 대해 더 상세한 설명을 한다.

iRelaunch의 CEO 겸 공동창업자인 Carol Fishman Cohen도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조언했는데, 언제 일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일을 했다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인터뷰할 때 “이건 오래전 일인데 내가 2010년에 일할 때도 이와 비슷한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xxx 회사에 다닐 때도 이와 비슷한 어려운 상황이 있었는데 얘기해 주겠다.”라고 대답한다면 경력에 공백이 있다는 점 대신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 능력으로 초점을 돌릴 수 있다고 권했다.

더 나아가 본인의 이력서를 강화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나는 심플스텝스를 소개받은 후, Mom’s Resume Workshop, Level Up Your Resume Webinar 등의 유용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최신 이력서 추세 및 인터뷰 팁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심플스텝스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재취업, 경력 공백, 커리어 전환 등 다양한 부문에 관해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격려 메시지도 주고받으며 큰 힘을 얻고 있다.

혼자서 막연히 ‘커리어’를 다시 찾고 싶은 생각만 하고 있다면 심플스텝스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준비하고 성장할 기회를 계속 찾자. 더 이상 “What do you do?”라는 질문에 망설이지 말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며 도움을 요청하자. 망설이는 마음이 있다면 용기를 내 바로 지금,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삶을 향해 또는 꿈을 위해 준비하고 실천해 보길 바란다.

Let’s Make a Change

Let’s Grow Together

Written by Jennie Shin

Edited by Soonjae Oh, Jiyoon 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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